참기름만 한 고소한 향이 있을까. 요리할 때 꼭 한 방울이라도 넣게 되는데, 얼마 전 친구가 "참기름은 가열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하더라. 나는 줄곧 마지막에 향을 내려고 살짝 볶아서 썼는데, 이게 잘못된 거였나 싶어서 제대로 알아보았다.
참기름의 가장 큰 특징은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다는 거다. 특히 리놀레산이라는 오메가-6 지방산이 45%나 된다. 여기에 항산화 물질도 풍부해서 영양학적으로는 최상급이다. 문제는 이 불포화지방산이 열에 약하다는 점이다. 120도만 넘어가도 산화가 시작되고, 170도 이상이 되면 급격하게 변질된다.
내가 충격을 받은 건 이 산화된 기름의 위험성이었다. 산화된 참기름은 과산화물을 만들어내는데, 이게 우리 몸의 세포를 공격한다. 더 큰 문제는 산화된 불포화지방산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변한다는 거다. 게다가 참기름 특유의 고소한 향을 내는 리그난이라는 성분도 열을 받으면 파괴된다. 그러니까 가열하면 맛도 못 살리고 영양도 망가뜨리는 셈이다.
테스트도 해봤다. 같은 참기름으로 두 가지 방법을 써봤는데, 하나는 볶음 중간에 넣고 다른 하나는 마지막에 불 끄고 뿌렸다.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가열한 참기름은 향이 날아가 버리고 약간 쓴맛이 돌았다. 반면에 불 끄고 뿌린 건 그 고소한 향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그럼 어떻게 써야 할까? 내가 찾은 최적의 방법은 이렇다.
첫째, 기본적으로 참기름은 가열용이 아닌 조미용으로 쓴다. 볶음이나 국물 요리는 마지막에 불 끄고 뿌려주는 게 가장 좋다.
둘째, 무조건 마지막 단계에서만 쓴다. 양념장 만들 때도 다른 재료 다 섞고 마지막에 참기름을 넣는다.
셋째, 보관도 중요하다. 참기름은 빛과 열에 민감해서 개봉하면 냉장 보관이 좋다. 나는 작은 참기름 병을 하나 더 사서 주방용으로 쓰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둔다.
특이한 점은 요즘 시중에 '볶음용 참기름'이라고 파는 제품들이 있다는 거다. 이건 정제 참기름이라고 보면 된다. 고온 처리가 가능하도록 만든 거라 영양가는 좀 떨어지지만, 꼭 가열해서 써야 하는 요리라면 이걸 쓰는 게 낫다.
재미있는 건 우리 할머니들의 지혜다. 예전부터 참기름은 '양념'이라고 불렀지, '기름'이라고 하지 않았다. 튀김이나 볶음에 쓰는 식용유와는 완전히 다른 용도로 본 거다. 그만큼 참기름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던 거다.
결론적으로 참기름은 '향신료'라고 생각하면 된다. 후추나 깨처럼 마지막에 톡 하고 얹어주는 거다. 이렇게 쓰면 그 고소한 향도 그대로 살리고, 영양도 지키고, 건강도 지킬 수 있다. 어쩌면 이런 게 진정한 참기름의 가치가 아닐까. 비싼 값을 하는 만큼, 제대로 알고 쓰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