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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자유화에 대한 이야기

by Wind Travels 2024.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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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처음 가봤을 때가 20대 초반이었다. 그때만 해도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를 들으면 해외여행이 얼마나 특별한 일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당일치기로 일본 다녀오고, 주말에 동남아 훌쩍 다녀오는 게 가능했던 건 아주 최근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인의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건 1989년이다. 그 전까지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보면 된다. 해외여행 자체가 제한적이었고, 공부나 사업 목적이 아니면 허가를 받기도 힘들었다. 89년 이전에는 외화 반출도 엄격하게 제한됐다. 요즘 카드 한 장 들고 세계 어디든 가는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자유화 이후에도 바로 해외여행 붐이 일어난 건 아니었다. 우선 환율이 문제였다. 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고, 여권을 만드는 것도 복잡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주로 부유층이나 특별한 목적이 있는 사람들만 해외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90년대 초반만 해도 누가 해외여행 간다고 하면 동네방네 소문이 났다고.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이 대중화된 건 90년대 후반부터다. IMF 외환위기로 잠시 주춤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저가항공사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가격에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된 거다. 내가 처음 비행기 탔을 때만 해도 제주도 왕복이 지금 동남아 가는 것보다 비쌌으니까.

재미있는 건 여행 트렌드의 변화다. 처음에는 단체관광이 대세였다. 가이드 따라다니면서 빡빡한 일정으로 명소만 둘러보는 식이었다. 요즘은 자유여행이 대세가 됐다. 숙소도 호텔보다는 에어비앤비같은 현지 숙소를 선호하고, 관광지보다는 현지인들이 가는 곳을 찾아다닌다. 예전에는 가이드북 들고 다녔는데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면 끝이다.

통계를 보면 더 실감난다. 89년 해외여행 자유화 당시 연간 해외여행객이 100만 명도 안 됐는데, 2019년에는 2800만 명을 넘어섰다. 인구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1년에 한 번 이상 해외여행을 간 셈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지만, 이제는 해외여행이 특별한 게 아니라 일상이 됐다.

부모님 세대는 TV로만 보던 외국을 이제는 직접 가볼 수 있게 됐다. 비행기 타고 2시간이면 도쿄에 가고, 5시간이면 동남아 어디든 갈 수 있다. 이런 변화가 불과 30년 만에 일어났다는 게 신기하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우주여행이 지금의 해외여행처럼 흔해질까? 그건 우리 다음 세대가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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